중동 한국승무원 500명 (귀국봉쇄, 퇴사협박, 정부대응)

10년 전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외국 항공사 비행기에서 한국인 승무원을 만났습니다. 그때는 '외국 항공사에도 한국 사람이 일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막막한 처지인지 실감이 났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 소속 한국인 승무원 500여 명이 전쟁 위협 속에서도 회사의 퇴사 협박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본국으로 가겠다고 하면 즉시 해고는 물론 UAE 입국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조건까지 내걸고 있다고 하는데, 이건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라 사실상 인질로 묶어두는 것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중동 한국승무원 500명 귀국하면 블랙리스트, 금융협박까지

에미레이트항공은 현지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숙소 대기 명령을 내리며, 이를 어기고 한국으로 돌아갈 경우 즉시 퇴사 처리 및 UAE 입국·경유 블랙리스트 등재라는 강압적 조건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블랙리스트(Blacklist)란 특정 국가나 기관이 입국이나 거래를 금지하는 대상자 명단을 뜻하는데, 글로벌 항공 허브인 두바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건 승무원 커리어에 치명타나 다름없습니다("https://www.moel.go.kr">출처: 고용노동부).

더 심각한 건 금융 압박입니다. 현지 지침에 따르면 승무원이 무단 이탈로 퇴사 처리될 경우, 현지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 미결제를 근거로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UAE는 채무 불이행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회사 측이 현지 법률을 이용해 승무원들을 묶어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도 해외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아는데, 현지 법률은 정말 무섭습니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라 자칫하면 빠져나오기 힘들거든요.

한 승무원 가족은 "딸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회사가 블랙리스트를 운운하며 압박해 결국 홀로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비행 스케줄이 연달아 취소되며 딸이 현지에 고립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현지로 갈 수도 없고, 매일 뉴스만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노선엔 한국인이 없다는 아이러니

항공기 실시간 추적 서비스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인천-두바이 노선은 지난 5일 한 차례 결항을 제외하고 6일부터 현재까지 매일 운항 중입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 승무원들은 눈앞의 귀국편에 몸을 싣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인천-두바이 노선에 평소에도 한국인 승무원이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며 "일본은 본국 노선에 일정 비율의 승무원을 태우지만, 한국인은 일 년에 한 번 타는 것도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본국 노선 배치율(Home Country Route Assignment Rate)이란 항공사가 자국민 승무원을 자국 노선에 우선 배치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일본 국적 승무원이 도쿄 노선에 자주 배치되는 것처럼, 한국인 승무원도 인천 노선에 정기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에미레이트항공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국적별 차별 대피 의혹입니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미국이나 영국 국적 승무원들은 이미 본국 대기 승인을 받고 출국 중"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한국인 승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측이 한국 승무원들을 대체 인력(Standby Crew)으로 확보하기 위해 강제 대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됩니다. 전쟁 위험으로 타 국적 승무원들이 비행을 거부할 경우, 한국인 승무원들을 긴급 투입하기 위한 '대타용'이라는 주장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화가 났습니다.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에미레이트항공은 외항사 중 드물게 한국인 승무원을 정기적으로 대규모 채용하며 국내 지망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혀왔습니다. 두바이 기숙사 제공과 무세금 수당 등 높은 복리후생을 자랑하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죠. 하지만 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평소 자랑하던 복리후생은 직원을 위험 지역에 묶어두는 통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에는 500명 이상의 한국인 승무원과 15명의 한국인 조종사가 근무 중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많은 인원이 전쟁 위협 속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정부를 믿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준 신뢰는 굳건했고, 여러 차례 국민들을 위험에서 구해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https://www.mofa.go.kr">출처: 외교부).

미국과 영국은 이미 자국민 승무원들에게 본국 대기를 승인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동 항공사와의 소통을 넘어, 중동 정부와 밀접하게 움직여 신속한 처리가 필요합니다. 항공사와 개별적으로 협상하는 것보다, 정부 대 정부 외교 채널을 통해 압박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현지로 갈 수도 없어 매일 뉴스만 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항공사 내부 문제로만 치부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500명이 넘는 한국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정부가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미국과 영국이 이미 자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한 이상, 우리도 당당히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일반 국민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외교부 및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하여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기
  • 국회의원실에 청원을 통해 국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기
  • SNS를 통해 이 문제를 알리고 여론을 형성하기
  •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에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

저도 개인적으로 외교부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을 계획입니다. 작은 목소리라도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푸켓에서 만났던 그 승무원분도 혹시 지금 어딘가에서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우리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 승무원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믿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중동 정부와의 긴밀한 협상을 통해 신속하게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 https://news.nate.com/view/20260312n02418?mid=n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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